[다시 간다]바디캠까지 찼지만…여전한 악성민원

2024-03-19 8



[앵커]
악성 민원인들의  폭언과 폭행으로 고통 받는 공무원들이 여전히 적지 않습니다. 

녹음기에 바디캠까지 차고 근무해도 대응하기 벅차다는데요.

다시간다, 김태우 기자입니다.

[기자]
한 남성이 손에 쥐고 있던 여권을 바닥에 내던집니다. 

남성은 여권을 주워 말을 걸려던 20대 공무원의 뺨을 때립니다. 

지난 2022년 12월 충남 천안의 한 주민센터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그후 어떻게 됐을까, 다시 가봤습니다.

사건이 있었던 주민센터.

당시 폭행을 저질렀던 민원인은 구속돼 처벌됐고 20대 공무원은 그 일 이후 자리를 옮겼습니다. 

[이영준 / 천안시청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
"(피해 직원에게) 심리치료나 이런 부분이 명확하게 잘 이루어지지 않았어요. 위축이 되고 심리적으로 불편하다는 걸 많이 호소하고 있죠."

천안시는 민원인과 마주하는 부서에 강화 유리로 칸막이를 설치하고 보안 인력도 늘렸습니다. 

다른 지자체들도 공무원증 형태의 녹음기, 바디캠을 도입하고 있습니다. 

[현장음]
"선생님, 자꾸 이렇게 폭언하시면 상담이 곤란합니다."

예전까지는 바디캠 녹화 사실을 고지해야 했지만, 지금은 이렇게 사전 고지 없이 바로 촬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소극적으로 폭언·폭행 증거를 남기는게 전부여서 즉시 대응이나 예방 효과는 미지수입니다. 

[주민센터 공무원]
"왜 저 사람은 (해결)해주고 나는 안 해주냐", 몇 시간을 직원들 앉혀놓고 악 써가면서 (항의)하는데..."

지난 5일 개인 신상이 유포돼 시달리던 김포시청 30대 공무원이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포트홀 공사로 도로가 정체되자 담당 공무원의 전화번호 등이 지역 인터넷 카페에 공개됐고 숨진 공무원에게 밤낮으로 항의 전화가 빗발쳤습니다.

시청도 주변 동료들도 적극적으로 손 쓸 방법이 없었습니다.

[유세연 / 김포시청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
"우리 스스로 채증이나 증거 능력이 부족하고, 제도적으로 이렇게 됐을 때는 고발 조치해야 된다는 의무 조항이 있으면 몰라도…"

공무원이 숨진 뒤 수사 의뢰하는 게 전부입니다. 

[김병수 / 김포시장]
"정말 막아주지 못해서, 대신 싸워주지 못해서 미안합니다. 우리 고인의 죽음이 이번에 헛되지 않도록…"

전문가들은 악성 민원에 대한 수사 의뢰 의무화, 전담 기구를 통한 적극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다시간다 김태우입니다.


김태우 기자 burnkim@ichanne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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